혜민스님의 따뜻한 응원

 

힘들어하는 나를 허락하세요. 과거의 기억과 함께 붙어 있는 감정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허락하는 것입니다. 힘들어하는 나를 허락하면, 허락하는 즉시 마음의 상태가 미묘하지만 곧 바뀌게 됩니다.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힘들어하는 내 감정이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되는 극복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버거워했는데, 허락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힘 들어하는 마음이 계속 진행되지 않고 멈추게 됩니다. 달리 말하면 마음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이지요. 그러면서 힘든 감정들로부터 나와 그 감정들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. 지금까지는 힘든 감정을 내가 어떻게든 변화시켜보려고, 잊어보려고 했는데, 있는 그대로를 허락하고 나니 일체의 마음 활동이 쉬면서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됩니다.

마음이 조용한 상태에서 내 감정을 따뜻하게 지켜보고 있으면 뜻하지 않은 다소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. 그것은 바로 내 안에는 힘든 감정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감정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‘또 다른 나’ 혹은 ‘그분’이 계시는구나 하는 알아차림입니다. 세상에서 나만 홀로 분투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항상 나를 떠나지 않은 채 고요 속에서 자비하게 내 마음을 바라보는 분이 계신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. 때로는 그분께서 ‘마음아, 지금 많이 힘들어하는구나. 얼마나 아팠니’ 하고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.

여기까지 오면 지켜봄을 통해 힘든 감정과 거리감, 공간감이 생기면서 그 감정들을 내가 수용할 수 있을 것같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. 내 마음은 그 감정들을 받아들이고도 남을 더 큰 공간이라는 자각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지요.

마치 작고 어두운 마음의 방 안에 아픈 감정이 갇혀 있었는데, 갑자기 벽이 무너지고 햇살 좋은 공원처럼 넓고 따스한 공간 속에 자리한 그 감정을 바라보게 되니, 비록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커다란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는 것과 같아요. 굳이 그 감정을 피하려고 하지 않아도,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아도, 그래, 이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합니다.

혹시 살면서 뭔가를 내려놓지 못해서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느낄 때, 있는 그대로의 마음 상태를 허락해보세요. ‘좀 힘들어도 괜찮아, 좀 아파도 괜찮아.’ 마음속으로 속삭이다 보면,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내 안의 상처를 자애의 눈길로 보듬어주시는 내 안의 또 다른 큰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.